온다 리쿠는 전부터 익히 들어온 작가였다.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소설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바로 위의 책소개에서도 '추리소설 작가'라고 소개되고 있다. 추리라기보다는 미스터리라고 부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지만.
하나의 소설로서 <밤의 피크닉>은 나쁘지 않다. 일단 24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이야기를 표현해 낸 점, 여러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어색하지 않게 풀어낸 점, 무엇보다도 24시간 동안 진행되는 '보행제' 내내 느껴지는 몸, 특히 다리의 고통에 대해 세밀하게 묘사해 낸 점은 훌륭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청춘소설'이라는 장르는 다소 일본풍이기에, 한국인들의 감성에 있어서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청춘소설'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다. 고등학교 졸업반의 학생들이, 밤을 새며 걸어 다음 날로 향한다는 설정만으로도 청춘 냄새가 물씬 난다. 그렇지만 이 설정은 다소 진부한 것이 아닐까. 게다가 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미스터리'인 이복 남매의 사정이 아예 초반부터 노출되면서 '닫힌 결말'을 넘어 '정해진 결말'로 치닫는다. 그 외에도 좀만 글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뻔히 읽히는 복선이 있어서 아쉽다.
물론 청소년들에게 읽히기에는 나쁘지 않은 소설이다. 특히 '보행제'라는 개념이 마음에 들어서, 내가 이 책을 삼년만 더 전에 읽었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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