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2016. 8. 7. 17:38


사회학과와 로스쿨. 

단도직입적으로 결론만 말하자면 준비하는 사람은 안 보이는데 많이들 갔다.

그렇다면 사회학과는 세간에서 말하듯 '로스쿨 가기 좋은 과'일까?

로스쿨의 도입 취지가 다양한 전공출신을 선발하여 법조계의 다원성을 신장시키는 데도 있는 것 같은데, 정말 그 말대로라면 어떤 전공을 해도 로스쿨에 가는 데에 차이가 없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지상정이라, '로스쿨 가기 좋은 학과'가 어디일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분명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사회학과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일단은 로스쿨 진학 이야기부터 풀어놔야 할 것이다.

내가 그리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 조심스럽기에, 아주 비판적인 독해를 해주시길 바란다.


잠깐 로스쿨의 입학 사정 요소를 설명하자면, 법학적성시험이라고 불리는 LEET점수와, 학점, 여기에 영어 점수 정도를 정량 평가로 하고 자기소개서에서 드러나는 지원동기, 진로 목표, 대내외 활동 등을 종합하여 정성평가로 한다.

정량도 정성도 절대적이지 않다는 게 지난 몇 해간 내 감상이다. 정량이 조금 부족해도 정성에서 멋지게 뚫은 경우가 있고, 정량이 아무리 좋아도 떨어지기도 했고, 정량 정성 모두 경천동지할 실력자도 있었다. (열심히 평가해주시기 때문에 한 요소가 극심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용기를 내보아도 좋다.)


내 주변에서 로스쿨에 간 사람들 중에는 경제학과, 경영학과 학생들이 많다. 그 이유는 일단 경제학과, 경영학과 규모가 크고 또 야심(?)을 가진 학생들이 많기 때문일 터.(우리학교라 그런가?)

그들이 1순위로 지망하는 우리학교 로스쿨을 오는 건 아주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워낙 로스쿨을 위해 노력을 경주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

그래도 차선으로 생각하는 정도의 로스쿨에는 비교적 잘들 가는 것 같고, 성에 안 차서 반수나 재수를 하기도 하니 말 다 했다.

그렇다면 로스쿨 입시는 특정 전공을 편애할까? 그런 경향은 강하지 않다고 본다. 있다고 해도 신경 쓸 만한 요인은 아니다.

입시결과만 놓고 특정 전공자가 많다고 말하기 이전에 애초에 그 전공의 학생수가 얼마나 되는지, 또 그 중에서 얼마나 많은 수가 로스쿨을 지망하고 실제로 지원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철학과에서 2명, 국사학과에서 1명 왔는데 그게 각각 2명씩 지원해서 나온 결과라면 철학과는 100%의 합격률을 가진 과인가? 반대로 경영학과에서 20명 왔는데 알고보니 50명이 지원했다면 40%밖에 못 붙었지만 가장 많은 학생을 보낸 단일 학과인가?

사회학과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충분한 자질을 보여준다면 붙는 것이고, 아니면 마는 것이다. 다만 소수 학과라서 전체적인 스펙이 너무나 대놓고 비교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런 식이라면 소수 학과를 다 피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따라서 결과만 본다면 로스쿨을 가고 싶어서 사회학과에 가는 것을 정당화해 줄 수 있는 요인은 없다. 경영대나 경제학과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전 법대의 지위를 경영대, 경제학과가 계승했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엘리트 코스를 노린다는 생각이나, 로스쿨이 아니라 다른 진로를 택할 시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 경영대, 경제학과를 고르는 선택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또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은 과에서 정보 공유의 이점이 있고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준다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가지 자신있게 권하고 싶은 말은, 로스쿨에 너무 집착해서 학과를 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진로는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고,  로스쿨 입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더더욱 예측할 수 없다.


내 주변에서 로스쿨에 간 '사회학과' 사람들은 어떤가? 

일단 내가 입학할 때만 해도 로스쿨에 가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아직 제도 초기여서 그런걸까. 그렇지만 근래에 사회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자기소개서에는 법조인이 되겠다는 이야기가 유독 많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로스쿨에 간 친구들은 원래부터 로스쿨을 생각하던 건 아니었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로스쿨로 가는 선택을 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아예 로스쿨을 지망하다가 진학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겠지만...

내가 아는 사회학과 출신 로스쿨생의 면면은 다양하다. 넘치는 기운을 한껏 보여주고 로스쿨에 가신 분도 있고, 길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시다가 로스쿨에 가기도 했다. 학구파로서 공부와 생업 사이에서 갈등하다 로스쿨을 택한 분도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회학과에 온다고 해서 일률적인 스펙을 가지고 로스쿨에 들어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애초에 워낙 다양한 성격과 지향을 가진 학생들이 오다보니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하겠다.

만일 사회학과에의 진학이 로스쿨 진학과 연결지을 지점이 있다면 바로 여기에 있다. 얼마든 자신만의 코스를 개발할 수 있는 학과라는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 사회학과가 로스쿨 입시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점은 없으나, 로스쿨 진학을 위한 자신의 코스를 설계하는 데에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체 어떤 면에서 그런지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사회학과 수업들의 '주제'는 사회 전반을 포괄하기 때문에 사회 현실에 관심 많은 로스쿨지망생이라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로 특화시켜서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여 볼 수 있다. 

다른 학과들도 세부적으로는 다양하게 펼쳐져 있겠지만 경제면 경제, 정치면 정치, 심리면 심리로 주제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사회 현상에 접근하기까지 긴 시간의 학습이 필요하거나 학문적인 방식으로 우회해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사회학과에서는 실제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수업들이 많기 때문에 보다 직접적이고 빠르게 여러 사회현상을 접하고 또 그 방향으로 대학 재학 중의 활동을 해 나갈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인구 사회학 쪽에 관심이 있다 보면 이주자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고... 이런 식이다.

다음으로 사회학과 수업들은... 조금은 여유있다. 이건 그냥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과중한 학습량을 부여하지도 않고, 성적에 아주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다른 활동을 하고 스스로 많은 것을 발견하고, 채워나갈 여지가 있다.

또 사회학과 수업에서 얻게 되는 '시선'이다. 사회학을 공부하다 보면 실제 사회 현상에 대해 여러가지 방식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익히고 또 이를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소위 '사회학적 상상력'이라고 부르며 사회학과 학생들이 신성시하는 그것...

어떻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관점의 확대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진 모르지만 본인이 사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는 더욱 명징하게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있는 것을 있는 것 그대로 보지 않고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구조를 뒤에 감추고 있는지 보는 일은 괴로우면서도 즐겁다. 

이를 통해 보다 성숙한 한 명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법조인이 되는 길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사회학에서 배우는 것과 로스쿨 진학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법사회학이 당장 떠오르긴 하지만, 사실 법사회학보다는 오히려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더 유효할 것 같다는 인상이다.

내가 법사회학을 자세히 알지 못해서 자신이 없지만, 법사회학은 법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학이지, 다양한 일을 다루는 법조인이 되는 것과 연관되어 있지는 않다.

물론 법사회학 수업이 열리는 학교라면 한번 들어보고 싶었겠지만 우리학교는 절대 사회학과에서는 안 열릴 것이다.

대신 사회학과 출신의 아주 훌륭한 선생님이 법학전문대학원에 계시긴 하다.

아무튼 사회학의 다양한 영역들, 이를테면 인구, 주거, 계층, 과학기술, 산업, 예술, 가족, 환경 등의 분야에 관한 수업들을 듣고 자신만의 관심 영역을 찾아 키워나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나는 사회학 전공자들이 다양한 분야로 퍼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법조인이 되기 위한 공부는 어쩌면 사회학 전공자들에게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법조인이 되기 위한 과정은 사회학 맛을 본 학생들에게 너무 뻣뻣하고 지루할 수 있다. 당장 시험을 위해 주어진 내용을 학습해야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일단 법조인이 되고 난다면 사회학과 출신이라는 사실이 명예를 가져다주지는 못해도 사건을 볼 때 다른 법조인들과는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꼭 사회학 전공자라고 '공익' 법조인이 될 필요는 없으니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그저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할 뿐이다.


Posted by nanunsa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