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2016. 7. 30. 10:21


사회학이란 무엇인가?

일단 이것을 알아야 사회학에 관심이 있다는 말을 할 때 자괴감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사회학과 학부생들을 만나보면 사회학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들 한다.

석사 선생님들쯤 되면 대충 답을 아는 것 같지만, 그분들은 본인들이 학문의 세계에서 얼마나 부족한지 알기에 저런 오만한 질문 자체를 피하시는 것 같다.(반대로 생각하면 사회학이 뭐냐!고 외치고 다니는 학부생들은 철없는 셈이다...나처럼)

학부생이 고작 기본 과목 몇 개를 들었을 뿐이니 사회학이 뭔지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전공하는 학문의 정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대학에 다닌다는 것도 조금 꺼림칙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사회학과 학생들이 유독 정체성에 대한 갈망이 크고 적당한 답변으로는 만족을 안 하는 비판정신이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여기서 사회학이 ~~다 라고 정의하는 것도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지만 두루뭉술하게 눙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

인터넷상에 공개된 자료들과 수업을 들으며 받았던 감상들에 기초한 편파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보겠다.

어디까지나 '내가 아는 한도 내의' 사회학에 대한 '지향'일 뿐 정답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


우선 네이버가 제공하는 학문명백과에서는 사회학을 "인간 사회와 사회적 행위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073306&cid=44412&categoryId=44412)

경제학이 경제를 다룬다는 말 만큼이나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경제학이 경제를 다룬다는 말에 만족하지 않던가? 그런데 왜 사회학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못하는 걸까?

그건 바로 '사회'가 다른 사회 현상들을 포괄한다는 점 때문이다. 마치 '인간학'이라는 말이 주는 골치아픔과 같다. 

그렇다면 사회학의 세부 분야에는 그 사회 현상들이 모조리 들어가 있을까? 그렇다.

한국 고용 정보원에서 제공한 대학 전공별 진로가이드 사회학 편에서 몇 개 대학의 커리큘럼을 정리하여 사회학과의 교과목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http://www.keis.or.kr/user/bbs/main/203/2113/bbsDataView/34081.do?page=1)


기초 교과 ● 가족사회학 ● 문화사회학 ● 범죄사회학 ● 사회계층과불평등 ● 사회문제 ● 사회발전론 ● 사회변동론 ● 사회운동론 ● 사회조사방법 ● 사회통계 ● 영상사회학 ● 정보사회학 ● 현대사회학이론 

심화 교과 ● 의료사회학 ● 과학기술사회학 ● 경제사회학 ● 노년사회학 ● 법과사회 ● 비교사회학 ● 사회학이론 ● 역사사회학 ● 일반사회교육론 ● 일반사회교과교재및 지도법 ● 정치사회학 ● 종교사회학 ● 조직사회학 ● 한국사회론 ● 환경사회학 ● 직업사회학


보면 알겠지만 사회현상에다가 ~사회학만 붙이면 다 사회학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학이라는 전공이 별개의 학과로 설립되어, 석박사과정 및 학회를 이루고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사회학자들 사이에 사회학의 범위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그 합의의 방향을 알고자 한다면 사회학사를 배워야 하는데, 여기서는 추상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아주 간단히 설명하겠다.

사회학의 창시자는 오귀스트 콩트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사회도 자연과 같이 자연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사회학을 사회정학과 사회동학으로 나누고, 인간이 신학적 단계-> 형이상학적 단계 -> 실증주의적 단계로 발달하였다고 생각했다.

스펜서는 사회를 유기체와 같다고 보고, 다윈의 진화론을 이용하여 사회진화론을 제시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알겠지만 초기에는 인간 사회에서 자연과학적인 법칙을 찾아낸다는 것만으로도 사회학이 성립하였다.

이어 뒤르켐은 "개인에 대해 외적 구속력을 가하는 행위 양식"이라고 정의된 '사회적 사실' 개념을 이용해 사회적 사실들을 파악할 것을 요청하였고, 베버는 종합 사회과학의 달인으로서 사회적 행위를 '이해'해야한다는 이해 사회학적 이니셔티브를 제공했다.

한편 마르크스의 유물사관, 소외이론 등도 사회학의 한 부분이 되었고 게오르그 짐멜은 일상 속 상호작용의 탐구를 사회학으로 끌어들였다.

여기까지가 정말 에센스만 뽑아서 소개한 초기 사회학자들의 모습이다. 

초기 사회학자들이 일구어 낸 지성사적 업적에 기대어 현대 사회학 이론들이 등장하는데,

'구조기능주의', '갈등이론', '상호작용론', '비판이론' 등이 있다. 이 이론들까지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고 하여 마무리하자면

사회학은 인간의 사회적 행위와 상호작용, 사회의 구조와 변동 등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하고자 한 학문이었다.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자. 

사회학은 이렇게나 거대한 학문인데 막상 과목 이름들을 보아하니 '가족', '문화', '범죄', '계층'... 이런 이름으로 시작된다. 과연 방금 사회학사를 통해 정의내린 사회학과 대학에서 배우는 사회학이 같은 것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렇다면 고용정보원 사회학 전공 진로가이드에서 도움을 받아야겠다. 엄밀하지는 않지만 진로에는 이 정도로 이해하는 게 유익할 법하다.

"사회학은 인간과 사회의 생활양식을 분석하며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과 사회의 구조와 변화를 탐구하고, 다양한 특성을 지닌 여러 개인들이 사회라는 집합체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 며 보다 나은 미래사회의 대안을 찾아나가는 학문입니다.1) 사회학의 연구 분야는 사회 전체를 종합적 이해하는 ‘종합사회학’과 특정분야의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특수사회학’으로 구분됩니다. ‘종합사회학’은 사회사상, 사회변동, 사회발전론 등을 연구하며, ‘특수사회학’에서는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종교, 역사 등 특정 사회에 대한 이해를 집중적으로 공부합니다. " (33쪽)

이 가이드에서는 종합사회학과 특수사회학이라는 이분론을 통해 의문을 해결하고 있다. 우리도 이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자.

대신 잠깐 경제학과의 비교를 통해 사회학과의 커리큘럼이 가진 어려움을 말하고 싶다.

경제학의 경우 최소한 학부 수준에서는 무엇을 배우면 되는지 거의 전세계적으로 통일되어 있다. 개인/기업 수준에서의 최적화 행위를 다루는 <미시경제학>, 국가와 국가 간 수준에서 전체적인 경제 현상을 다루는 <거시경제학>, 경제학에 필요한 수학과 통계학, <경제사>, <미시경제학>의 세부 영역으로 재정학, 게임이론, 산업조직론 등과 <거시경제학>의 세부 영역으로 화폐금융론(죄송하다 더는 내가 잘 모르겠다...) 등. 교과서 내용도 학파에 따른 관점을 차이를 제외하면 정말로 아주 다른 건 아니다. 무엇보다 학부 단계에서는 이론적인 성격이 강해서 각론 과목이라고 실증 연구를 무진장 시키는 것이 아니고, 내 생각에는 '방법론'이 이미 '이론' 안에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에(이를테면 소비자의 선호체계에 대한 가정을 통해 무차별곡선을 만들어내는 것 등) 사회학처럼 방법론을 따로 배우고 이론을 따로 배우고 할 필요가 없다.

반면 사회학과에서는 세부 분야도 다양할 뿐더러 서로 다른 세부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끼리는 사회를 보는 관점도 다르고 지식의 영역도 다르다. 물론 그 사람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배운 '합의된 내용'이 존재하기는 하나 경제학의 경우에 비교하면 사회학 전공자들이 내부에서 가진 공통분모는 적은 편이다. 이렇다보니 무엇을 배워야 할지,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사람에 따라서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고 '교과서'나 초, 중, 고급 수준별 학습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허나 경제학이 아닌 인문사회계열 과목들이 대체로 이렇지 않겠는가... 너무 깊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이제 내 입장에서 위의 내용을 잘 버무려서 정리해보겠다.

대학에서 공부할 적에 내가 배우고 싶었던 건 '종합사회학'인데 실제 배우는 건 '특수사회학'이라는 느낌이 들곤 했다.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일반적인 이론과 사유를 익히고 싶었지만 각론을 들으면서는 절대로 그런 욕망을 채울 수 없었다.

더군다나... 우리 학교의 경우 전공필수과목이 <사회조사방법>, <사회통계>, <사회학사>, <사회학연구실습>이었다.

이론을 배우고 싶어서 왔더니 갑자기 과학적 조사 방법과 통계를 가르쳐주어서 당황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방법론 수업들이 왜 필수여야만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실증주의를 모토로 걸고 시작한 학문인 만큼 평소에 일상에서 보던 대로가 아닌 다른 시각으로 사회를 볼 필요가 있고, 기초적인 방법론을 알아야 잘못된 시각을 갖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방법론을 배운다고 해서 사회 현상이 술술 풀려나가는 게 아니라 최소한 실수는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이게 사회를 연구하는 인간의 한계이고, 그 한계를 끝까지 밀고나가기 위한 노력이다.

결국 이론와 방법론은 사회학의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기 위한 한 쌍의 좋은 노와 같다. 이론이 제공해주는 거시적인 통찰력을 가지고 방법론을 통해 엄밀하게 검증하며 나아가야만 사회적 사실의 실마리라도 붙잡을 수 있다.

실제로 각론 수업들에서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작업이다. 사회학의 연구영역이 분화되면서 각종 사회 현상들을 다루는 사회학 각론(위에서 말한 '특수사회학') 수업들은 이론이나 방법론을 직접 다루지는 않을지 몰라도 이론과 방법론을 겸비해야만 제대로 해낼 수 있다.

물론 분화가 꽤 많이 되어있는 요즘 그저 각론 수업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읽고 혼자서 열심히 해 보아도 큰 탈이 없긴 했다. 특히 우리 학교는 선생님들 특색이 강한 편이라 일반적인 커리큘럼을 따르기보다 본인들의 방식대로 수업을 이끌어가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론과 방법론이 무용지물로 여겨지던 적도 많았다.


미리 경고하자면 사회학과에 와서 본인이 많이 노력한다면 사회학 이론도 익힐 수야 있겠지만 대체로 수업에서는 사회 현상 각각을 많이 다루게 될 것이다. 설문조사도 하고 인터뷰도 할 것인데, 이론과 현실 사이에 얼마나 먼 거리가 놓여져 있는지 느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종교사회학' 수업이 있다고 하면, 종교가 사회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기능을 하며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등을 탐구할텐데, 실증연구를 하게 되면 실제 종교인들을 만나본다든지 설문조사를 해야한다. 그렇게 해서 써낸 보고서는 일상의 일들을 학문적 언어로 풀어낸 것처럼 보일 뿐, 본인이 상상하던 '멋진 사회학'에는 다가가지 못할 수 있다.

요컨대 사회학과 학부수업들에서 본인이 상상하던 거대한 것들은 쉽게 얻지 못하리라는 말이다. 구체적인 단계에서 출발해야만 하기에 추상적인 수준까지 연결지을 수 있는가는 본인 재량에 달려 있다. 대신 저널리스트의 태도를 지니고 사회 현상에 관심이 무궁무진한 친구들이라면 각론 수업들을 아주 즐겁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말들은 어디까지나 학부 수준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사회의 심오한 영역이 궁금하다면 사회학과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학교 개론 시간에 많이 쓰는 사회학 교재들을 몇 개 추천해주면 다음과 같다.

현대사회학
국내도서
저자 :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유홍준 / 김미숙,박길성,송호근역
출판 : 을유문화사 200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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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적 상상력
국내도서
저자 : C. 라이트 밀즈 / 강희경역
출판 : 돌베개 200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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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 비판적 사회읽기
국내도서
저자 : 정태석,유팔무,지주형
출판 : 한울아카데미 201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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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내가 읽어보지 못하였으나 괜찮아보이는 책들이다.

사회학의 명저 20
국내도서
저자 : 김진균,임현진,전성우
출판 : 새길(중원문화) 201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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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명저 사회학30선
국내도서
저자 : 다케우치 요우 / 최선임역
출판 : 지식여행 201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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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들여서 썼다. 

이 글을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점들은 다음과 같지 않나 싶다.

1. 사회학이란 무엇이고, 내가 생각하는 사회학이란 어떤 모습일까?

2. 나는 왜 사회학을 하고 싶을까?

3. 사회학을 통해서 무엇을 알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회학에서 어떤 특정한 분야를 하고 싶은지를 제외하고서, 위 질문에 대해 일반론적으로 고민해서 답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Posted by nanunsaram